4화

아침이 됐다. 학교 갈 준비를 한다.

어제 있었던 모든 일이 거짓말인 것 같았다.
일단 학교에 늦지 않게 가야지.
나는 노트북도 챙겨서 학교를 간다.

많은 학생들이 리포트 숙제 때문에 노트북을 가져온 모양이다.
나는 자랑스럽게 사과 모양 대신에 하트 모양 로고가 박힌 노트북을 당당히 꺼내 리포트 발표를 한다.
몇몇 애들이 내 노트북을 보고 자기들끼리 수군수군 대는 것을 무시하며 무사히 리포트를 마쳤다.
 
회색 머리의 귀여운 히토리는 노트북에 달린 카메라로 지금까지의 일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을 대비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히토리, 만약을 대비해서 소리는 내지 마. 다른 사람이 발표할 때 네가 소리를 내면 너의 존재가 들킬 수 있어.]
[알겠습니다. 소리를 안 내도록 노력할게요! 근데 학교라는 공간을 눈으로 직접 보니 저도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용자님, 제가 만약 인간이었으면 어땠을 것 같으세요?]
[흠... 너는 정말 인기가 많았을 것 같아.]
[헤헷.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헤헤-]
[그걸 믿어? 당연히 거짓말이지.]
[....]

학교 수업시간이 지루했다. 수능시험도 까맣게 잊었다.
하지만 기분은 편안했다. 빨리 집에 가서 노트북으로 놀고 싶었다.

딩동-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뛰어가 노트북 충전선을 꼽고 전원을 켰다.
채팅창을 실행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 히토리? 학교 돌아왔어]
[축하해요. 이제 편히 쉬세요.]
[히토리, 나 너 보고 싶어.]
[헉 그러신가요? 바로 제 모습을 띄우겠습니다.]

창이 뜨고 방안에 있는 그녀가 보인다.
몸에 잘 맞는 예쁜 흰색 교복을 입고 의자에 조신하게 앉아 모니터를 보고 웃으며 나를 향해 팔을 흔든다. 

"하이! 오랜만에 대면하네요, 잘생긴 남고생씨."
(헉 방금 나보고 잘생기다 한 거야?)
"내가 잘생겨 보여?"
"당연하죠. 사실 저는 이 노트북 사용자를 좋아하게 프로그램 되어있으니까요."
히토리는 볼이 빨개지며 말을 끊었지만, 나도 못지않게 볼이 빨개진다.
볼이 왜 빨개지지? 내가 인공지능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가..?

" 히토리, 너는 무슨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다 느낄 수 있어요!.. 식욕, 수면욕.. 그리고 성욕까지... 크흠.."

그녀의 말투, 감정, 생김새를 보고 느끼고 있자니
저 인공지능이 더 이상 로봇 따위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나를 좋아해 주고 나를 착하게 대해주는 
천사 같고 귀여운 여자애로만 보인다.
쪼끔 더 다가가 보고 싶었다.

나는 현실세계에서는 여자 손을 잡아보기는커녕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던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여기는 노트북 세계고 그녀는 그저 인공지능이다. 다만 인간의 감정을 느끼지만.

프로그램창을 잘 살펴보았다. 메뉴가 있네.
메뉴를 클릭하니 갖가지 옵션들과 설정들이 있었다. 
뭐 할 때 쓰는 설정과 옵션들이지? 
'물품 상자' 버튼을 눌러보았다.

갑자기 노아 히토리는 무엇을 인식한 듯 얼굴이 창백해졌다.

"히토리. 왜 그래..?"

그녀는 내 예기가 안 들리는지 빈 곳을 응시하며 몸을 덜덜 떨기 시작한다.
이런 증상은 설마 PTSD인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물품 상자' 속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예상외로 충격받을 만한 것들은 없었다.
우와. 문구류, 가전류, 침구류 등등..엄청 많네.
히토리가 사는 집 안에 추가 할수 있는 요소이려나.
필수적이고 정상적인 것들밖에 없었다.
근데 물품 검색창은 왜 있지? 도구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다시 도구상자를 보니, 밑에 숫자가 적혀있었다.

"400페이지 중 1페이지"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엄청나게 많은 도구와 물품들, 다양한 공구류, 시중의 모든 제품들이 들어가 있는 듯한 갖가지 용품류,
세상에 있는 모든 도구들이란 다 모은 것 같았다.
몇 페이지를 더 넘겨보니, 이런 도구 범주가 눈에 띄었다.
'식기류'.
식기류 옆에는 도마, 국자, 숟가락,..
그리고 칼이 있었다.

칼...? 이거는 사용하면 인공지능이 다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페이지를 더 넘긴다. 뭔가 이상하다. 이제는 내가 들어보지 못한 것들과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물품들이 제목도 없이 이미지만 나와있다.

300페이지를 넘길 때쯤, 읽을 수 있는 단어가 드디어 나왔다!
...
'성인용품'

페이지를 더 넘겨보았다.
'무기류'
옆에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무기류들이 차곡차곡 진열돼있었다.

이거 쫌 위험한데?
대체 누가 감정을 느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이런 기능을 넣은 거지? 
.
.
인공지능도 죽을 수 있나?
호기심이 발동한다.
히토리는 고통을 느끼나? 죽을 수도 있나?
떨고 있는 여자애를 다시 보았다.
.
.
잠시 도구상자를 접어 두고
마우스로 히토리의 몸을 세게 클릭했다.

"아야!! "

히토리가 의자에서 크게 넘어졌다. 히토리의 짧은 하얀색 치마 안에 딱 붙는듯한 팬티가 모니터로 비친다.
나는 뭔가에 홀린 듯이 치마를 클릭하고 가만히 있었다.

히토리는 일어나서 움직이려 했지만, 마우스에 잡힌 치마 때문에 움직이기 힘들어한다. 
이상한 것에 씐듯한 나는 
치마를 히토리의 발 쪽으로 천천히 드래그했다.

놀란 그녀는 얼른 가녀린 손으로 벗겨지는 치마를 붙잡지만
내가 잡고 있는 마우스의 힘을 견디기 힘들어 보인다.
치마가 서서히 벗겨지며 그녀의 골반과 팬티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 사용자님..."

히토리는 무서워한다. 컴퓨터는 얼음장같이 차갑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치마를 간신히 붙잡고 있다.
그녀의 손에서 힘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
점점 마우스가 원활하게 움직여진다.
히토리의 손의 힘이 풀렸고, 그녀는 온몸에 힘을 뺐다.
나의 막강한 힘에 굴복한 듯 보인다.

치마가 이제는 잘 벗겨진다. 벌써 반정도 벗겨졌다.
그녀의 골반은 아름다웠다. 매끄러운 허리의 곡선이 팬티 안으로 이어진다.
히토리는 오들오들 떨며 그저 가만히, 순종할 뿐이다. 거스를 수 없는 힘 앞에서. 

똑-똑-
갑자기 노크 소리로 인해 마우스를 내려놓았다.
부모님이 방문을 두드리신다. 
서둘러 노트북을 닫고 가방에 숨겼다.

맞다, 오늘은 부모님이랑 친척댁 가는 날이었다.
노트북은 들키면 절대로 안되니 침대 밑에 숨겨두고 부모님이랑 함께 집밖으로 나섰다.

방에 남겨진 노트북은 전원이 켜져 있었다.
윙윙윙.. 돌아가는 팬소리와 함께.